책소개
중세 러시아 문학의 전체적 윤곽과 특성을 파악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과제들 가운데 하나는 중세라는 용어에 대한 시간적 범위를 정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러시아 역사가와 문학 연구가들은 고대와 중세라는 말을 혼용해 사용해 왔다. 일반적으로 고대라는 말을 선호해 왔으나, 세계사에서 시기적으로 러시아의 고대는 중세에 해당하기 때문에 학자에 따라 같은 시기를 다르게 사용해 왔다. 이 책에서는 고대 대신 중세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인습적으로 중세 러시아 문학은 중세 우크라이나 문학, 중세 백러시아(벨라루스) 문학, 중세 대러시아 문학 등으로 서로 구별되지 않았던 11세기부터 17세기까지 약 700년간의 문학을 말한다. 이렇게 보면, 중세 러시아 문학은 통시적으로 서구의 중세 문학과 유사하다. 이 시기에 장르나 미적 원칙에서 러시아는 서구와 비슷한 양상을 보여 준다. 러시아 중세 문학과 서구 중세 문학은 공통된 미적 원칙을 갖는다. 풍유, 상징성, 교훈성, 모호성과 같은 특징들이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중세 러시아 문학은 일반적으로 몇 가지 특성을 갖는다. 첫째로 중세 문학에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종교의 지배적 역할이다. 종교는 문화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었으며, 문화의 요소를 통합하고 문화에 일정한 목적을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교회의 활동은 주로 종교적 이데올로기를 보호하고 지지하는 것이었다. 교회는 사회생활의 모든 영역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때문에 이 시기의 작가들은 종교성(종교철학과 윤리)이 강하게 나타나는 글을 썼다. 두 번째로 작품의 역사성을 들 수 있다. 많은 작품들이 중세에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나 이야기를 기초로 해 쓰였다. 중세 문학작품에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허구 소설의 개념이 거의 없다. 셋째로 중세 문학작품들은 필사본 형태로 되어 있다. 넷째로 대다수 작품들은 작가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작가가 명시돼 있다 해도 그 작가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익명성은 중세 문학의 한 가지 특성이 되었다. 다섯째로 중세 문학 분야에서는 텍스트학이 다른 어느 학문보다 월등히 발달했다. 이는 연구자의 관심을 끌 만한 자료가 텍스트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세 러시아 문학에 나타난 기본적 테마는 주인공들의 애국심과 영웅적 행동, 혹은 어머니 조국의 아름다움이나 장엄함 등이다. 중세 문학은 러시아 민중의 올바른 도덕성을 찬양하고, 악에 대한 선의 승리를 찬미한다. 논쟁적인 글과 역사에 관심을 나타내는 글들이 많다. 또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투쟁을 묘사한 것으로 대다수가 지배계급의 이득을 옹호한 것들이다. 중세 문학의 예술적 방법은 상징성과 교훈성을 기본 원칙으로 했다. 중세 러시아인들의 사고방식은 이분법으로 이상과 물질, 영원과 덧없는 현세, 영혼과 육체, 빛과 어둠, 선과 악의 대비라는 특징이 있다.
200자평
연대기, 설교문, 교훈서, 성자전, 위경, 여행기, 탄원서 등 중세, 즉 11~15세기의 러시아 문학작품을 모은 책이다. 이 작품들을 통해 중세 러시아 문학의 전체적 윤곽과 특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Л. А. 드미트리예프가 편찬한 ≪중세 러시아 문학≫ 중 11세기부터 15세기 말까지의 텍스트를 옮긴 것이다.
옮긴이
조주관은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 입학해 러시아어문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러시아 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비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미국 오하이오 주립 대학(OSU) 대학원 슬라브어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 논문은 <데르자빈의 시학에 나타난 시간 철학(Time Philosophy in Derzhavin’s Poetics)>이다. 한국러시아문학회 회장과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세계문학연구소 학술 위원을 지내고, 2000년 2월에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푸시킨 메달을 받았다. 현재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논문으로는 <데르자빈의 시학에 나타난 바로크적 세계관과 토포이 문제>(교과부장관상 수상)가 있고, 저서로 ≪러시아 시 강의≫, ≪러시아 문학의 하이퍼텍스트≫, ≪고대 러시아 문학의 시학≫(문광부 우수학술도서), ≪죄와 벌의 현대적 해석≫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러시아 현대비평이론≫, ≪시의 이해와 분석≫, ≪주인공 없는 서사시≫, ≪말로 표현한 사상은 거짓말이다≫, ≪자살하고픈 슬픔≫, ≪오늘은 불쾌한 날이다≫, ≪루슬란과 류드밀라≫, ≪뻬쩨르부르그 이야기≫, ≪검찰관≫, ≪타라스 불바≫, ≪보리스 고두노프/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아흐마둘리나 시선≫, ≪보즈네센스키 시선≫, ≪오쿠자바의 노래시≫,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17세기 러시아 문학≫, ≪17세기 러시아 풍자문학≫, ≪16세기 러시아 문학≫ 등이 있다.
차례
해설
Ⅰ. 11~13세기 키예프 루스 문학
원초 연대기
서언
사도 안드레이 러시아에 오다
키예프 도시의 건설
러시아 국가의 시작과 류릭의 등장
콘스탄티노플에 대항한 올레크 공후의 원정
올레크의 죽음
이고르의 죽음과 올가의 복수
이고르의 아들 스뱌토슬라프의 통치 시작
스뱌토슬라프의 초기 원정
키예프의 포위와 올가의 죽음
비잔틴에 대항한 스뱌토슬라프의 전쟁과 그의 죽음
블라디미르의 기독교 수용과 통치 업적
야로슬라프 현제
맹인이 된 바실리코의 이야기
율법과 은총에 대한 이야기
블라디미르 모노마흐의 교훈서
교훈
군주 자신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 충고
성자전
보리스와 글렙 이야기
키예프 동굴 수도원의 기원과 설립자 성 안토니
동굴 수도원장 페오도시의 전기
이삭 형제와 악마들
키예프 페체르스키 파테리크
바이킹 시몬과 성 페오도시
수도원장 니콘을 방문한 콘스탄티노플에서 온 그리스 성상학자들
요한과 세르기우스
체르니고프의 공후 스뱌토샤
죽은 자의 소원을 들어준 장의사 마르코
아포크리파(위경)
하느님이 아담을 창조하신 이야기
성모마리아의 지옥 순례기
나사로에게 한 아담의 지옥 연설
이고르 원정기
기원
이고르의 원정 준비
불길한 징조
전투 첫날과 러시아의 승리
전투 이틀째와 폴로베츠의 승리
공후들의 불화에 대한 비난
러시아의 패배
저자의 한탄
스뱌토슬라프의 꿈
러시아 공후들에게 보내는 시인의 노래
이고르의 아내 야로슬라브나의 애가
이고르의 탈출
이고르와 도네츠 강의 대화
폴로베츠 한들의 추격
결말
Ⅱ. 13세기 후반기 러시아 문학
유배자 다닐의 탄원서
유배자 다닐이 야로슬라프 블라디미르 공후에게 보낸 서한
러시아 땅의 패망에 대한 이야기
야로슬라프 대공이 죽은 후 러시아 땅이 몰락한 이야기
바투가 랴잔을 패망시킨 이야기
바투의 러시아 침략
유리 공을 무찌른 바투
랴잔의 점령
용감무쌍한 귀족 예브파티
시신을 묻는 인그바르 공
알렉산드르 넵스키의 전기
정교 신자인 알렉산드르 대공의 용기와 삶에 대한 이야기
Ⅲ. 14세기 말부터 15세기 말까지 러시아 문학
돈 강 이야기
드미트리 이바노비치 대공과 그의 동생 블라디미르 안드레예비치 공이 그들의 원수인 마마이 황제를 무찌른 이야기
드라큘라 이야기
아파나시 니키틴의 세 바다 너머로의 여행
부록
문학적 기념비로서의 <아파나시 니키틴의 세 바다 너머로의 여행>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형제들이여! 이미 슬픔의 시간은 왔고, 러시아 군대는 대초원에서 물러났다. 다지드보그의 손자가 이끄는 군대는 울분과 설움의 눈물을 흘렸다. 군대는 처녀 백조로 트로얀의 땅에 들어와 돈 강의 푸른 바다에 백조의 깃털을 스친 후 좋았던 시대를 쫓아버린 것이다. 이교도에 대항해 싸운 공후들의 전쟁이 막을 내리게 되었다. 왜냐하면 형제 공후들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형제가 다른 형제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내 것이고, 저것도 역시 내 것이야.” 그리고 공후들은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 “이것은 굉장한 것이구나” 하고 말하기 시작했고, 편을 지어 반란을 모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 이교도들은 사방에서 승승장구해 러시아 땅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이고르 원정기> 중에서